넷플릭스 이후의 K-드라마
〈오징어 게임〉 전후로 산업·텍스트·시청자·번역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짚은 연구 10편
넷플릭스가 2016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사이 〈사랑의 불시착〉은 tvN과 공동으로 의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해외에 나갔고, 2021년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인 흥행을 거뒀다. 이 특집은 그 변화를 산업, 텍스트, 시청자, 번역이라는 네 층위로 나눠 읽는다.
산업 쪽 연구는 권력 관계에 주목한다. 진달용은 글로벌 플랫폼이 국내 제작 규범과 장르를 바꾸며 지역적 고유성을 흐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넷플릭스 초기 전략을 추적한 연구는 장르물만이 아니라 로맨스 드라마도 넷플릭스 자본을 받아 '로맨틱 블록버스터'로 커졌다는 점을 보여 주고, 국내 제작사 임직원 조사는 기획개발이 웹툰 판권 확보와 투자 유치, 플랫폼 결정까지 아우르는 일로 넓어졌다고 보고한다.
텍스트 분석은 지역성에 대해 조금 다른 답을 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섯 편을 분석한 연구는 보편적 장르 관습과 함께 한국의 집단적 트라우마와 정치·경제 상황이 여전히 차이를 만든다고 본다. 〈오징어 게임〉을 분석한 국내 연구는 바로 그 지역적 특수성이 넷플릭스의 차별화 상품으로 쓰인다고 지적한다. 고유성이 사라지는가, 팔리는가라는 질문이 서로 맞물려 있다.
시청자 연구에서는 우려와 실증이 엇갈린다. 〈오징어 게임〉 시청이 젊은 성인의 도박 태도를 높였지만 작품에 깊이 몰입한 시청자에게는 반대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가 있고, 10개국 자살률을 분석해 이 작품이 '베르테르 효과'를 낳지 않았다고 결론 낸 연구도 있다. 80개국 넷플릭스 순위를 분석해 K-팝 팬덤이 클수록 K-드라마도 인기라는 점을 확인한 연구는 장르 사이의 연결을 수치로 보여 준다.
마지막으로 번역이다. 〈오징어 게임〉 터키어 자막이 영어를 거쳐 만들어졌다는 분석은, 전 세계 동시 공개라는 넷플릭스의 강점 뒤에 영어 중심의 작업 구조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한국어 경어 체계처럼 번역에서 빠지는 것들은 K-드라마의 세계화가 아직 끝나지 않은 과제임을 보여 준다.
Netflix’s effects on the Korean Wave: power relations between local cultural industries and global OTT platforms
글로벌 OTT가 한국 문화산업에 미친 영향을 정치경제학적으로 정리한 글이다. 넷플릭스가 한류 덕분에 한국에 들어왔는지부터, 국내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의 기준에 맞춰 제작 규범을 바꾸는지, 그 결과 장르가 바뀌면서 지역적 고유성과 정체성이 사라지는지를 차례로 묻는다. 플랫폼과 국내 창작자·이용자 사이의 권력 관계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초점을 맞춰, 이 특집의 산업 쪽 논의를 여는 글로 놓았다.
Romantic blockbusters: the co-commissioning of Korean network-developed K-dramas as ‘Netflix originals’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뒤 택한 핵심 전략, 곧 tvN 같은 국내 채널과 공동으로 제작을 의뢰해 국내에서 기획한 드라마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내보내는 방식을 분석했다. 〈미스터 션샤인〉과 〈사랑의 불시착〉을 중심으로 방송사·제작사·넷플릭스의 3자 관계를 추적하고, 넷플릭스 자본으로 제작 규모가 커진 로맨스 드라마를 '로맨틱 블록버스터'라 부른다. 넷플릭스 효과를 장르물에서만 찾는 시각을 보완하는 연구다.
Changes in perceptions on the development of executives of Korean drama production companies in the era of OTT platforms
드라마 제작사 임직원 설문과 심층면접으로 OTT 시대 기획개발 활동의 변화를 조사했다. 방송사 미니시리즈가 주류이던 시절에는 기성 작가 중심의 대본 개발이 곧 '기획'이었지만, 지금은 웹툰·웹소설 원작 구매, 신인 작가 발굴, 투자 유치, 감독·배우 캐스팅, 플랫폼 결정까지 아우르는 일이 됐다. 저자들은 기획개발을 소재 발굴·대본 개발, 패키징, 미디어 플랫폼 매칭의 세 단계로 정리했다.
Genre in Transnational Television: A Case of Netflix Originals Korean Dramas
〈스위트홈〉〈마이 네임〉〈오징어 게임〉〈지옥〉〈지금 우리 학교는〉 다섯 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텍스트 분석해, 초국적 텔레비전에서 장르가 동질화와 이질화를 동시에 겪는다고 주장한다. 인간애·이타심·가족 연대 같은 보편 가치가 기존 장르 관습을 따르는 쪽이라면, 한국의 집단적 트라우마와 정치·경제 상황은 지역적 차이를 만드는 쪽이다. 웹툰이 K-드라마 장르의 초국적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Netflix’s Transnational Strategy for 〈Squid Game〉 : A Confluence between Cultural Difference and Genre Convention
〈오징어 게임〉의 서사 분석을 통해 넷플릭스가 로컬을 경유해 초국적 관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탐색했다. 작품은 자본주의 경쟁 질서를 고발하는 일과 그것을 상품화하는 일의 경계에 놓여 있고, 넷플릭스는 한 나라의 사회·문화·역사적 특수성을 장르 관습과 결합해 상품의 차별화 요소로 쓴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지리적 거리 중심의 '문화 할인' 논의를 넘어, 장르를 매개로 한 공감과 지역성의 상품화를 함께 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Binge Watching and the Role of Social Media Virality towards promoting Netflix’s Squid Game
〈오징어 게임〉 공개 당일의 트위터 네트워크를 분석해 소셜미디어가 작품의 세계적 흥행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폈다. 공개일에 트윗하거나 언급된 이용자는 1만 3,727명이었고, 넷플릭스와 주요 인플루언서의 '씨뿌리기'와 '방송형' 확산, 집단별 에코체임버가 입소문의 범위를 넓혔다는 것이 핵심 결과다. 몰아보기와 바이럴 마케팅 이론을 연결한 경영학 쪽의 시도다.
More than just a fan: the influence of K-pop fandom on the popularity of K-drama on a global OTT platform
플릭스패트롤이 제공한 2021년 1월 1일~11월 4일 80개국 넷플릭스 일간 톱10 드라마 데이터를 분석했다. K-드라마 인기의 지리적 분포와 국가 간 흐름을 살핀 결과, K-팝 팬덤이 큰 나라일수록 K-드라마 인기도 높았다. 'K-팝이 K-드라마를 끌어올린다'는 통념을 실제 시청 순위 데이터로 검증한 드문 연구다.
Red Light or Green Light? Netflix Series’ Squid Game Influence on Young Adults’ Gambling-Related Beliefs, Attitudes and Behaviors, and the Role of Audience Involvement
18~35세 271명을 대상으로 한 사전등록 설문 연구로, 〈오징어 게임〉 시청이 도박 관련 신념·태도·행동에 미친 영향을 봤다. 시청은 도박에 대한 주관적 규범과 긍정적 태도, 도박 의도를 높였지만, 작품에 깊이 몰입한 시청자일수록 도박의 위험을 더 크게 느끼고 도박을 덜 흔한 일로 인식해 도박 의도가 낮아졌다. 같은 작품이 몰입 정도에 따라 반대 방향의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Suicide rates in South Korea and internationally following release of the Netflix series ‘Squid Game’
〈오징어 게임〉 시즌 1(2021년 9월) 공개 뒤 미디어의 자살 묘사가 자살을 늘리는 '베르테르 효과'가 있었는지 단절 시계열 분석으로 검증했다. 한국의 주별 자살률(2013~2022)과 일본·대만·독일 등 9개 비교국의 월별 자료(2015~2022)를 봤는데, 한국에서는 공개 후 4주 동안 변화가 없었고 10개국 중 8개국에서도 변화가 없었다. 독일은 증가, 영국은 감소를 보였으며, 저자들은 이 작품이 베르테르 효과를 낳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다.
Pivot Subtitling on Netflix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터키어 자막이 한국어 원문이 아니라 영어를 거쳐 만들어진 '중계 번역(pivot subtitling)'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저자는 이를 번역 인력 부족 탓이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가 비영어권 언어쌍의 작업 흐름을 단순화하려는 의도적 전략으로 보며, 이 과정에서 한국어의 위계적 경어 체계 같은 사회화용적 정보가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영어가 한국 문화를 영미식 시선으로 거르는 필터가 된다는 지적은 자막의 장벽이 낮아진 뒤에도 남는 과제를 보여 준다.
고른 기준
OpenAlex에서 2020-01-01 이후 논문을 'netflix korean drama', 'squid game', 'korean drama global audience',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OTT 한국 드라마' 등으로 검색해 제목·초록을 확인했다. 넷플릭스·OTT와 K-드라마의 관계를 직접 다루는 연구만 남기고, 산업·텍스트·시청자 효과·확산·번역을 고루 담도록 골랐으며 국내 학술지 논문 2편을 포함했다. 〈오징어 게임〉을 수업 소재나 알고리즘 이름으로만 쓴 논문은 제외했다. 인용 수는 2026-10-09 OpenAlex 기준.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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