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가장 많이 인용된 한류 연구 10
2023년 이후 나온 한류 논문 가운데 학계가 가장 많이 참조한 열 편
인용 수는 연구의 질을 재는 자가 아니라, 학계가 어떤 질문을 가장 자주 이어받았는지 보여 주는 지표다. 2023년 1월 이후 나온 한류 논문을 OpenAlex 인용 수로 줄 세우면, 이 분야가 지금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가 꽤 선명하게 드러난다.
첫째, 열 편 가운데 다섯 편이 플랫폼을 다룬다. 틱톡의 한국 진출, 위버스 팬 커뮤니티, 넷플릭스와 국내 제작사의 관계, 외교부 페이스북, 유튜브 한류 콘텐츠가 모두 연구 대상이다. 한류를 '콘텐츠의 수출'이 아니라 '플랫폼 위에서 벌어지는 일'로 보는 관점이 이제 주류가 됐다는 뜻이다. 그중 두 편은 한류 플랫폼 연구를 이끌어 온 진달용(Dal Yong Jin)의 글이다.
둘째, 관광과 마케팅 연구의 비중이 크다. K-팝 소비가치가 방한 의도로 이어지는지, 검색량으로 잰 한류 지수가 관광객 수를 예측하는지, BTS가 광고하는 통신 상품에 팬들이 왜 충성하는지를 묻는 연구가 상위권에 있다. 팬심을 측정 가능한 '수요 요인'으로 다루는 접근이다.
반대편에는 같은 팬들을 전혀 다르게 보는 연구가 있다. 호주의 K-팝 소비자들이 '문화 전유' 비판과 씨름하며 소비를 스스로 정당화하는 과정, 멕시코 팬들이 여성 아이돌을 흉내 내며 현지의 인종 관념과 협상하는 과정을 다룬 질적 연구다. 마케팅 연구가 팬을 반응하는 소비자로 본다면, 이 연구들은 팬을 도덕적·인종적 긴장 속에서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주체로 본다. 두 시각을 나란히 읽으면 '한류 효과'라는 말이 얼마나 많은 것을 생략하는지 알 수 있다.
한계도 분명하다. 상위 열 편은 모두 영어 국제 학술지에서 나왔다. 한국 학술지 논문은 OpenAlex의 인용 집계에 덜 잡히는 경향이 있어, 이 목록이 국내 연구의 영향력을 충분히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3년 초에 나온 논문이 인용을 쌓을 시간이 더 길었다는 점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
Between Cultural Appreciation and Cultural Appropriation: Self-Authorizing the Consumption of Cultural Difference
호주 대도시에 사는 비(非)한국인 K-팝 소비자 38명을 2017~2022년에 걸쳐 심층 인터뷰하고, 온라인 포럼·소셜미디어·언론 자료를 함께 분석했다. 팬들은 '문화 감상'과 '문화 전유' 비판 사이의 긴장을 스스로 소비를 계속해도 된다고 허락하는 '자기 승인(self-authorization)'으로 풀어 가며, 연구진은 이를 개혁·자제·재맥락화·합리화의 네 전략으로 정리했다. 팬덤 안에서 'Koreaboo' 같은 말이 오가는 도덕적 긴장을 소비자 연구의 언어로 옮긴 작업으로, 이 분야 대표 학술지에 실린 한류 연구다.
Parasocial relationships and social media interactions: building brand credibility and loyalty
BTS가 광고 모델로 나선 통신사 상품·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를 목적 표집해 PLS 경로모형으로 분석했다. 소셜미디어 상호작용은 자기노출을 높이고, 자기노출은 준사회적 관계로 이어지며, 이 관계가 광고 모델의 신뢰성 지각을 거쳐 브랜드 신뢰도와 충성도로 연결된다는 가설이 모두 지지됐다. 외국 스타가 현지 통신 브랜드를 대변할 때 팬심이 어떤 단계를 거쳐 브랜드 자산이 되는지를 차례로 보여 준다.
K-pop TikTok: TikTok's expansion into South Korea, TikTok Stage, and platformed glocalization
'저속한 중국 앱'이라는 낙인 속에 한국 진출에 여러 번 실패한 틱톡이, 코로나19로 공연이 막힌 K-팝 시장의 빈틈을 겨냥한 'TikTok Stage' 행사로 자리를 잡은 과정을 추적했다. 저자들은 국내 시장 문화가 강한 곳에서 플랫폼이 현지 산업에 맞춰 스스로를 바꾸는 현상을 '플랫폼화된 글로컬화'라 이름 붙이고, 이를 떠받친 스타와 팬의 '홍보 노동'에 주목했다. 플랫폼이 문화를 바꾼다는 통념과 반대로, 강한 현지 문화가 플랫폼을 길들이는 경우를 보여 준다.
The rise of digital platforms as a soft power apparatus in the New Korean Wave era
외교부 페이스북 게시물(2022년 1월 1일~12월 31일)을 담론 분석해 정부가 소셜미디어를 소프트파워 도구로 쓰는 전략을 살폈다. 논문은 '신한류' 시기에 국내 디지털 플랫폼이 문화외교의 주요 통로가 됐다고 보면서도, 민간 플랫폼과 정부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비판적으로 짚는다. 한류를 정부 홍보의 성과로만 읽는 시각에 거리를 두게 하는 글이다.
Effects of Online Fan Community Interactions on Well-Being and Sense of Virtual Community
위버스를 쓰는 전 세계 BTS 팬 202명의 설문을 PLS-SEM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시기의 외로움은 다른 팬과의 온라인 교류를 늘렸지만 아티스트와의 준사회적 관계에는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았고, 교류와 준사회적 관계는 모두 정신적 웰빙과 가상 공동체 의식을 높였다. 다만 유료 구독자 집단에서는 준사회적 관계가 웰빙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았는데, 저자들은 구독을 끊으면 끝나는 '거래적' 관계라는 인식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든다.
Music-induced tourism: Korean pop (K-pop) music consumption values and their consequences
K-팝 음악 소비가치를 '캐릭터·시각적 퍼포먼스', '모방·애착', '메시지·보컬'의 세 영역으로 나누고, 이것이 관광 의도로 이어지는 구조모형을 검증했다. 뜻밖에 캐릭터·시각적 퍼포먼스 가치는 정서적 몰입이나 성찰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았고, 음악은 원산지 국가에 대한 친숙함을 키워 한국 상품 소비와 방한 의도를 이끌었다. 팬들의 반응이 성별·나이·민족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결과도 함께 보고했다.
A Raciosemiotics of Appropriation: Transnational Performance of Raciogender among Mexican K-Pop Fans
2016년과 2018년 여름 멕시코시티 K-팝 컨벤션 참여관찰, 팬 인터뷰, 소셜미디어 자료를 바탕으로 멕시코 팬들이 여성 K-팝 아이돌이라는 '인물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기하는지 분석했다. 아이돌은 세련된 코즈모폴리턴 여성성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이국적 타자로 읽히고, 팬들은 이를 따라 하며 아시아 내부의 차이를 아는 사람으로 자신을 다른 멕시코 청년과 구별한다. 멕시코의 반중(反中) 인종주의 역사라는 현지 맥락 없이는 해외 팬덤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Consumption of pop culture and tourism demand: Through the lens of herding behaviour
구글·유튜브 검색량으로 소셜미디어상의 '군집 행동'을 측정해 한국 문화상품의 온라인 소비 지수를 새로 만들었다. 2013~2019년 10개국의 월별 방한객 자료에 적용한 결과, 이 지수로 잡아낸 한류는 관광객 수를 예측하는 데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설문 대신 검색 데이터로 '한류의 크기'를 재는 방법을 제안했고, 저자들은 다른 관광지에도 쓸 수 있는 문화 소비 대리지표라고 설명한다.
Netflix’s effects on the Korean Wave: power relations between local cultural industries and global OTT platforms
비판적 정치경제학과 사회문화적 접근을 결합해, 넷플릭스가 한국 문화산업의 장르와 산업 구조를 어떻게 바꿨는지 논한다. 넷플릭스가 한류 덕분에 한국에 들어왔는지, 국내 제작사가 넷플릭스의 기준에 맞춰 제작 관행을 바꾸는지, 그 결과 장르가 달라지며 지역적 고유성이 흐려지는지가 핵심 질문이다. 글로벌 OTT와 국내 창작자·이용자 사이의 권력 관계 변화를 다룬 이 시기 대표 논의다.
The role of social media engagement in the purchase intention of South Korea's popular media (Hallyu) tourism package: based on uses and gratifications theory
이용과 충족 이론을 바탕으로, 유튜브 한류 콘텐츠의 오락·정보 추구가 소셜미디어 참여를 거쳐 한류 관광상품 구매 의도로 이어지는지 온라인 설문으로 검증했다. 수동적 참여는 구매 의도에 직접·간접 효과가 모두 없었고, 아시아권과 서구권 응답자 사이에는 이용 동기와 수동적 참여의 관계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영상을 '보기만' 해서는 여행 상품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결과는 한류 관광 마케팅에 실무적 시사점을 준다.
고른 기준
OpenAlex API에서 2023-01-01 이후 출판된 type:article을 검색어 hallyu, korean wave, k-pop, kpop, korean drama, k-drama, squid game, webtoon, korean film, korean cinema, BTS, korean popular culture 등(제목, 제목+초록, 전문 검색)으로 각각 인용 수 내림차순 50건씩 받아 합치고 중복을 제거했다. 제목·초록을 직접 확인해 한류와 무관한 결과(의학 영상 분할 모델 'BTS', 알고리즘 'Squid Game Optimizer', 오징어 게임을 활용한 수학 수업, 기생충학 논문 등)와 서평(『Transnational Hallyu』 서평), 초록을 확보하지 못한 논문(Lee & Jeong 2023, Tourism Management Perspectives)을 제외했다. 인용 수는 2026-10-09 OpenAlex 기준.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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